수경재배 pH·EC 완전 초간단: 숫자에 겁먹지 않는 관리 루틴(베란다 텃밭 실전)
pH와 EC만 안정되면 수경재배는 절반 성공입니다. 이 글은 권장 범위, 값이 흔들리는 이유, 계절·물갈이·보충 요령, 계측기 없이도 가능한 대체 루틴까지 단계별로 정리했습니다. 초보자도 하루 10분이면 관리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와 로그 템플릿을 제공합니다.
pH·EC를 한 줄로 정리하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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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H는 “뿌리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지”를 결정하는 문입니다. 문이 너무 닫히면(산성/알칼리 극단) 비료가 있어도 못 먹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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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C는 “물속 영양분의 진하기”입니다. 너무 옅으면 배가 고프고, 너무 진하면 염 스트레스로 잎끝이 탑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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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보 기준 목표 범위만 기억하시면 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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잎채소·상추·루콜라·케일: pH 5.8–6.5 / EC 0.8–1.4 mS/c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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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브(바질·민트·파슬리 등): pH 6.0–6.5 / EC 0.8–1.2 mS/c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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북향·저광 환경: EC를 **표준의 70–80%**로 낮추면 과비·갈변을 줄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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값이 왜 자꾸 변할까요? “드리프트”의 정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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식물 흡수 비율 차이: 물은 크게 먹고 영양염은 비교적 천천히 먹습니다.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EC가 올라 보일 수 있습니다(증발·수분 소비)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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증발·수온 변화: 더우면 물이 빨리 줄어 농도 상승, pH도 흔들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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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의 경도(칼슘·마그네슘): 수돗물 경도가 높으면 자동으로 완충력이 생겨 pH가 쉽게 안 내려갑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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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·통풍 부족: 성장이 더딜수록 영양 소비가 줄어 EC가 누적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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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생물·퇴적물: 오래된 배양액은 색·냄새가 변하고 pH가 불안정해집니다.
해결의 핵심은 “물만 보충 중심 + 주기적 부분 교체”입니다. 무턱대고 비료만 추가하면 EC가 과도하게 높아집니다.
계측기가 없어도 가능한 “안전 모드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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원액 희석은 항상 권장 농도의 70–80%로 시작합니다. 잎채소·허브는 진하기보다 균일 공급이 더 중요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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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충은 물만: 수위가 내려가면 물만 보충하여 초기 농도를 유지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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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 1회 부분 물갈이 40–50%, 2주마다 전량 교체로 염류·미생물 리셋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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잎끝 타면 즉시 물만 보충하여 농도를 낮추고, 하루 뒤 잎색을 다시 보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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발아/활착기에는 pH를 6.0–6.5로 단순 유지해도 충분히 성공합니다.
계측기를 쓴다면: 빠르게 정확하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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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H 시험지 → pH 미터 순으로 업그레이드하세요. 시험지는 저렴하고, 미터는 반복성이 높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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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C 미터는 보충 결정을 명확히 해 줍니다. 예) 초기 1.0 mS/cm → 오늘 1.3로 올랐다면 물만 보충, 0.7로 떨어졌다면 희석액 소량 보충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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캘리브레이션은 한 달 1회, 온도 표시는 참고값으로만. 같은 기기로 항상 같은 위치에서 측정하세요(수면 위·중·아래 값이 다릅니다).
환경·작물별 목표치 디테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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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음지(직사 2–4시간): 표준 범위 그대로. 아침 물주기·환기가 안정적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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북향: 광량이 낮으니 EC는 0.7–1.0부터 시작하고, 잎색이 옅으면 0.2단계씩 올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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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온기(30℃ 전후): 수온 상승으로 용존산소↓. EC는 한 단계 낮추고 물갈이를 자주 하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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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기·활착기: pH 6.0–6.5, EC 0.6–0.9. 뿌리 하얀색 유지가 최고의 지표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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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장기: pH 5.8–6.3, EC 1.0–1.4(허브는 1.2 이하). 잎 두께·탄력으로 점검합니다.
조정법: 올리고 내리는 법을 “미리” 정해두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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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H 낮추기: pH 다운 용액을 한 방울 넣고 30초 저어 재측정(과조정 금지). 식초·베이킹소다는 응급용으로만, 장기 운영엔 권장하지 않습니다(완충력·염류 증가)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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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H 올리기: pH 업 용액을 소량씩. “약하게 넣고 충분히 섞기”가 원칙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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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C 낮추기: 물만 보충하거나 부분 교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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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C 올리기: 원액을 절반 농도로 희석해 소량 보충, 30분 뒤 재측정.
수경은 ‘한 번에 크게’보다 ‘자주, 조금씩’이 정답입니다.
물갈이·보충 루틴(초보 SOP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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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0 새 배양액 세팅: 공기층 1–2cm 확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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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2–3 수위 0.5–1cm 하락 시 물만 보충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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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5–6 잎색·탄력 정상 확인(연녹색→진녹색으로 가는지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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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7 부분 물갈이 40–50%, pH 재확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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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10–11 물만 보충, 반사판 각도 3–5° 미세 조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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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14 전량 교체, 뿌리 헹굼, 병균·염류 리셋
증상별 트러블슈팅(바로 적용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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잎끝 마름·갈변: EC 과다·증발 누적. 물만 보충→다음날 30–50% 교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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잎이 옅고 늘어짐: EC 부족·저광. 0.2 단계 상승, 반사판 각도 5° 올리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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잎 표면 반점·빛 번들거림: 강한 직접반사·pH 급변. 반사판 각도 낮추고 pH 6.0–6.5로 완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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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장 정지·뿌리 갈변: 수온↑·저산소·오염. 즉시 전량 교체, 차광 강화, 미풍 환기 20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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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H가 하루새 급락/급등: 배양액 노후·퇴적물. 부분 교체로 완충, 다음 교체 주기를 앞당김.
하루 10분 관리 루틴
아침 6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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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위 눈금 확인 → 0.5–1cm 내려갔다면 물만 보충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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잎색·탄력·끝마름 여부 점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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필요 시 pH 시험지로 대략값 확인(주 2–3회)
저녁 4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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환기 5–10분, 입구·수위창 닦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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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일 할 일 메모(부분 교체·전량 교체 일정)
주 1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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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분 교체 40–50%, pH 재확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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차광 테이프 보강, 반사판 각도 체크
기록이 성능입니다: 3줄 로그 템플릿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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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날짜 / 보충 종류(물·희석액·부분/전량) / 관찰(잎색·탄력·끝 상태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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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: 11-07 / 물보충 200mL / 잎 진녹·끝 정상, 각도 20° 유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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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주만 기록해도 내 베란다의 증발 속도·보충 주기가 숫자로 보입니다.
계절·베란다 변수를 이기는 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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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름: 페트병·탱크를 두 겹 차광하거나 밝은 색 외피를 씌워 수온 상승 억제. 오전에 보충·교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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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울: 일조가 약하므로 EC를 0.1–0.2 낮추고 반사판 면적 확대. 야간 냉해 방지용 환기홀 있는 보온커버 활용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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북향: 잎채소·허브 중심, EC 0.7–1.0 스타트. 반사판 삼각 배치로 웃자람 억제.
자주 묻는 질문(FAQ)
Q1. 시험지만으로 충분할까요?
A. 초보·소형 시스템에선 충분합니다. 익숙해지면 pH 미터→EC 미터 순으로 업그레이드하세요.
Q2. 수돗물 써도 되나요?
A. 가능합니다. 염소가 걱정되면 하룻밤 개방 보관 후 사용하세요. 경도가 높으면 pH 조정량이 조금 늘어날 수 있습니다.
Q3. 비료는 많이 넣을수록 빨리 자라나요?
A. 아닙니다. 잎이 연약해지고 해충·갈변이 늘어납니다. 권장 농도의 **70–80%**로 시작하세요.
Q4. pH가 아침/저녁마다 달라요.
A. 정상입니다. 온도·흡수·증발로 흔들립니다. 하루 평균이 6.0–6.5 근처면 안심하세요.
마무리: “약하게, 규칙적으로, 사진으로”
pH·EC 관리는 약하게 시작→물만 보충 중심→주기적 리셋이 전부입니다. 여기에 사진 기록을 더하면 식물의 반응을 눈으로 확인하며 조정할 수 있습니다. 오늘은 용기에 수위 눈금을 그리고, pH 시험지를 준비해 두세요. 내일부터는 3줄 로그와 함께 안정적인 성장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.
